FULL MOON
Han Gyeol (한결)
19 June - 5 July
Words & Photography by YB Kim
한결의 작업은 나무를 통해 되찾은 삶의 리듬 위에 놓인다. 그것은 단단한 표면 안에 숨겨진 마음의 결이자, 자연의 순환과 조응하는 손의 움직임이다. 엔지니어이자 대기업 자회사 대표로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을 계기로 다시 나무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 소목장이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곁에서 보았던 나무들, 마른 옻냄새와 연장 소리, 그 모든 감각이 몸의 기억을 깨우듯 되살아났다. 이후 그는 다시 두 손으로 재료를 만지기 시작했고, 천연 옻칠이라는 오래된 기술 안에서 자신만의 미감을 구축해왔다.
한결은 옻이라는 재료가 가진 시간성을 유독 깊이 의식한다. 한 번의 칠을 올리고, 마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매끄러운 곡면은, 그 자체로 느림의 조형이다. 작가는 "칠과 건조가 반복되는 시간 안에서 나무와 내가 함께 변한다"고 말한다. 이 반복은 수동적인 노동이 아니라, 수차례의 호흡이 쌓여 나무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작업에는 절제된 곡선, 깊은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의 결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원형 장식에서 비롯되었다. 둥글고 매끄러운 표면은 단지 달의 형상을 닮은 것이 아니라, 시간의 한 주기를 고요히 품은 존재로서의 달을 상징한다. 원이라는 형태는 그에게 있어 닫힌 완결이 아니라, 다시 열리는 감각이다. 작가는 "가장 단순하고 완전한 도형이면서, 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것이 원형"이라고 말한다. 그의 원은 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안에서 미세하게 떨고 있는 듯한 에너지, 결을 따라 흐르는 빛, 불완전함이 주는 생명감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옻칠 오브제들은 바로 그러한 반복과 시작의 감각을 담고 있으며, 공간 안에서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한결의 옻칠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생명과 연결된 어떤 행위로 여긴다. 칠을 올릴 때마다 나무는 조금씩 다른 숨을 쉬고, 완전히 마른 후에는 작가도 몰랐던 얼굴을 드러낸다. 그 얼굴은 어쩌면 작업자의 깊은 무의식일지도 모른다. 한결의 작업은 그래서 완성된 오브제에 있지 않고, 그 오브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손의 감각, 그리고 다시 손을 떠나는 순간까지 확장된다. 그것은 일종의 순환이자, 매일의 성찰이다.
이번 전시는 나무와 옻이라는 재료를 통해 한 사람의 기억과 시간을 응축해낸 자리이다. 그의 원은 달이자 그리움이며, 치유이며, 매일을 통과하며 생성되는 감각이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가 바라본 달의 조용한 떨림과, 칠 위로 스며든 삶의 흔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간 후에도, 여운처럼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