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E AWAY

Paul Kim


Words & Photo by  YB Kim


Paul Kim의 작업은 사라짐의 순간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화면 위에 이미지를 붙잡기보다, 점차 흩어지고 옅어지는 흔적을 남긴다. 나무 패널 위에 켜켜이 칠해진 색은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의 층위를 드러내고, 반복된 붓질은 남겨진 듯 지워지며 새로운 표정을 만든다. 그의 회화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 로 흐려지고 무너져가는 장면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감각이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은 곧 남겨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색이 옅어지고 경계가 무너질수록 오히려 본질이 드러나며, 비워진 자리는 새로운 의미로 채워진다. 그의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완결된 이미지가 아니라, 색의 번짐과 흔들림, 그리고 나무 패널이 품고 있는 물질적 결이다. 나무라는 재료는 단순한 지지체가 아 니라, 살아 있는 유기적 구조로서 작품 속에 호흡한다. 결 위에 스며든 칠은 결코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시간과 더불어 끊임없이 흔들리고 스러져간다. 

Paul Kim에게 회화는 재현이 아니라 과정이다. 색을 칠하고 지우고 다시 겹쳐 올리는 반복의 과정 속에 서 그는 점차 사라져가는 형상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 사라짐은 종말이 아니라 전환이며, 끝이 아니라 다 른 층위로의 이동이다. “색이 흐려지며 사라지는 순간,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드러나요.” 그의 화면은 불 완전한 듯 보이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관객은 스스로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을 발견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 <Fading Away>는 바로 이 과정을 상징한다. 그것은 덧없음의 미학이자, 붙잡을 수 없 는 순간의 기록이다. 화면 위에서 색이 옅어지고, 형태가 소멸하는 순간에도 나무 패널은 묵묵히 그 흔적 을 품는다. 이 사라짐은 상실이 아니라, 감각의 또 다른 지속이다. 관객은 그의 작품 앞에서 ‘사라짐’을 보 는 것이 아니라, ‘머무름’을 경험한다. 그것은 빛이 흩어지는 순간 오히려 더욱 강렬해지는 잔상과 같다. 

Paul Kim은 이번 전시를 통해 덧없음 속의 지속성과 물질이 가진 유기적 생명을 탐구한다. 나무 패널의 표면은 단순한 캔버스가 아니라, 재료 그 자체로 시간과 감각을 축적하는 매개체다. 그 위에 남겨진 붓질 은 순간의 기록이자, 시간이 더해질수록 새로운 표정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흔적이다. 그의 화면은 외치 는 장면이 아니라 속삭이는 장면이며, 존재를 주장하기보다 사라짐의 여운을 담는다. 

<Fading Away>는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관객의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풍경이 며, 마주한 이의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을 건넨다. 사라지는 과정은 곧 새로운 감각의 탄생이며, 작품 은 관객이 머무르는 순간 또다시 다른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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