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MEMORY

Song Gidoo  /  송기두


Words & Photo by  YB Kim




   송기두의 작업은 기억의 잔향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물성을 통해 살아난 시간이고, 감각의 언어로 환기된 풍경이다. 건축을 전공한 그가 설계사무소를 나와 본격적으로 목공을 시작하게 된 건, “여러 사람과의 조율보다, 하나의 사물과 깊이 있게 관계하고 싶었다”는 갈망에서였다. 송기두는 손에 쥐어지는 무언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되새기고, 새로이 기억하고자 한다. 이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득한 사유의 방식이며, 그가 오늘도 스툴과 조명, 조형물 위에 새겨 넣는 삶의 단면이다.

   작가는 “영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거미줄처럼 떠다니는 이미지들이 느슨하게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실제 작업은 철저히 계획된 설계를 기반으로 진행되지만, 최근에는 “찰흙을 다루듯 나무와 손으로 직접 만나면서 즉흥적인 조각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덧붙인다. 이 변화는 마치 그의 작업이 점차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형태는 덜 정제되고, 표면에는 손맛이 묻어난다. 익숙했던 직선과 평면 대신, 불균질한 곡선과 흔들리는 표정이 스툴과 조명에 나타난다. 그것은 일종의 ‘살아 있는 조형’이다.

   이러한 감각은 그가 최근 더 깊이 주목하는 ‘괴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버지가 오랜 시간 수집해온 괴목은 이제 그의 작업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처음엔 몰랐던 아버지의 취미가, 원주로 돌아와 자주 뵙게 되면서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지은 집, 어릴 적 찍었던 벽돌, 그리고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물건들이 하나의 기억이 되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송기두의 작업은 이런 ‘살아남은 것들’을 매개로 형상화된 기억이며, 그 자체로 일종의 기억 보관장치처럼 기능한다.

   작가는 작업을 하며 동시에 그림책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또 다른 층위의 자기표현이다. “서울에서 공방을 접고 원주로 내려왔을 때, 뭔가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있었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선명하게 실체를 드러냈죠.” 그렇게 그는 2년간 그림책을 그리고 펴냈고, 이는 가구 작업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는 기억’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 <Living Memory>는 제목 그대로, 송기두가 살아낸 기억과 물질이 얽혀 있는 장면들을 시공간 위에 펼쳐 보이는 자리다. 목재의 질감과 형태, 조형 언어에 담긴 리듬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선 기억의 구조물이다. 이는 곧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의 방식이며, 나무를 깎고 다듬고 결합해 살아 숨 쉬는 물건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보는 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을 꺼내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스툴이자 조각이고, 조명이자 풍경인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실용성과 조형성,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그렇게 ‘살아 있는 기억’은 관객의 눈과 손, 몸과 마음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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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두 작가의 모든 작품 컬렉션은 갤러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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