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ING TIMBER
Kim Minwook (김민욱)
13 March - 5 April
Words by Seo Jae Woo (서재우)
Photography by YB Kim

나무를 다루는 김민욱 작가에게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묻자, “나무와 마주하는 순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언제 작업을 멈출지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그에게 작업에서 가장 집중하는 순간을 재차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흥미로운 답변이다. 나무를 가공해 아름다운 쓸모를 만드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하고 집중하는 순간은 나무를 깎고 다듬는 순간일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나뭇결과 옹이, 갈라짐과 휘어짐은 제가 가공해 만든 장식이 아닙니다. 나무 본연의 모습 그대로예요.” 그가 자신의 작품을 매만지며 답을 잇는다. “나무 수종에 따라서 작품의 형태도, 무늬도, 마감하는 방식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죠. 저에게 나무는 작업에 필요한 재료 이상이에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좌표인 셈이죠.”
패션과 자동차, 건축, 미술, 만화 등 아름다운 것을 탐닉하는 걸 즐겼던 김민욱의 꿈은 남성복을 짓는 테일러였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패션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꿈과 멀어지는 저 자신과 마주하더군요. 저는 한 개인의 ‘집념’과 ‘고집’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갖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좇는 사람인데요, 회사 팀원들은 저에게 ‘타협’만을 강요했죠.” 김민욱은 천편일률적인 삶을 강요하는 한국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공을 배웠다. “막연하게 캐나다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과 가까이에서 묵묵히 저만의 길을 걷고 싶었죠. 그래서 목공을 배웠습니다. 목수로 살면, 캐나다에서 밥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김민욱은 창작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나무를 가공하는 시간보다, 나무를 발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자연스레 갈라지고 휘어진 나무의 형태를 통해서 지금 이대로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죠. 같은 수종이라도 나무껍질을 벗겨내면 무늬가 다르다 보니 더 호기심이 생기는 거예요.” 나무에 관한 애착은 그에게 한국에 살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줬다. 캐나다가 아닌 고향인 부산에 터를 잡고 나무 작업자의 삶을 택한 건, 주변에서 원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줄곧 나무를 찾고, 껍질 안쪽에 숨겨진 나무의 고유 성질을 들춰내고, 나무를 조각하며 살고 있어요. 생계를 위해서 이따금 돈이 되는 가구를 제작하기도 하지만, 12년간 나무를 다루면서 제가 해야 할 작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베르세르크>를 그린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 Kentaro Miura를 동경하거든요. 자신이 만족하는 작화를 완성하기 위해 죽음의 문턱까지 자신을 내몰잖아요. 결국에 <베르세르크>를 완결하지 못한 채 작고했지만, 오히려 그런 지점이 그의 삶을 더 숭고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저도 나무 작업에 관해서 만큼은 미우라 켄타로 같은 높은 완결성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저 자신을 위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요.”
김민욱의 나무 작품은 형태만 놓고 보면 불완전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 건 구멍이 나 있고, 어떤 건 틈이 존재하고, 어떤 건 휘어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선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들이다. 껍질을 벗겨야만 알 수 있는 나무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구멍을 메꾸거나, 틀어진 부분을 팽팽하게 펴거나,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지 않아요. 저는 나무 본연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집중합니다. 제가 나무에 매료된 건, 정형화할 수 없는 불안정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자연에 의해 생겨난 것들은 ‘모자란 존재’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갖는다’라는 메시지는 갤러리 모순에서 진행하는 그의 개인전 <BREATHING TIMBER>와도 연결되어 있다. 갤러리 모순에 전시된 그의 작업은 세월을 머금으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나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담는다. 김민욱은 관객에게 나무를 통해 말을 건다. 우리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저는 작가로서 어떤 색깔을 지녔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누구보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거예요. 나무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가 많거든요. 그런데도 늘 뚝심 있게 버티고 있잖아요. 저는 그런 나무를 통해서 저 자신을 봐요. 그게 제가 나무를 활용해 작업하는 이유예요. 제 작업은 단순해요. 나무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죠.”